분홍 피클
도대체 봄이 언제인지 지금인가, 아닌가 하고 있다가 보니 더운 공기가 훅 치고 들어 온다. 숨처럼 따뜻하다는 그 봄을 느끼는 것을 나는 기어코 놓치고 말았는가 보다. 토론토의 봄은 더디고 참 애를 먹이며 오곤 한다.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련도 다 떨어졌고 나무들은 초록이 제법 싱싱하다. 아직 땅의 기온이 차가운 지 씨 뿌린 채소들만 천천히 자라고 있다. 그것들이 크는 것을 기다리는 일이 무척이나 지루하다. 그러나 계절이 무르 익는 것을 누군들 막을 수 있겠는가.
도대체 봄이 언제인지 지금인가, 아닌가 하고 있다가 보니 더운 공기가 훅 치고 들어 온다.
더운 공기와 만나면 순간적으로 입맛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다. 무엇을 먹어도 입에서 깔깔하니 걸리는게 이것이 모래알인가 싶게 말이다. 새콤한 피클 하나가 무척 활약을 할 때가 있다. 친한 집사님이 있는데 주변에 투병중인 지인이 있다고 한다. 입맛이 없어 밥을 잘 못 먹는데 이 피클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. 허니 더 담아 오라고 한다. 물론이다. 내가 담그는 여러 종류의 피클들이 혼자 사시는 권사님들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또 선물로 받는 어떤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된다면 나는 그 수고를 마다치 않을 것이다. 오늘은 그 아픈 이의 식탁에 오를 꽃 인양 봄인 양 화사한 분홍 빛깔의 피클을 만든다. 누군지 모를 낯선 이 지만 쾌유를 비는 마음이 진하게 녹아 들도록 자색 양배추를 듬뿍 잘라 넣었다.
재료(1 인분)
야채 재료; 컬리 플라워 2/3통, 피클 오이 중 5-6개, 자색 양배추 작은 거 반통, 당근 2개, 매운 고추 5개, 하얀 긴 무 1/3개.
피클 주스; 물 4컵, 식초 2컵, 설탕 2컵, 피클링 스파이스 1 큰술, 소금 1 큰술, 월계수 잎 2 장.
이렇게 만들게요~*
각각의 야채는 깨끗이 손질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다.
밀폐 용기나 열탕 소독한 jar에 담아 준다.
분량의 재료를 팔팔 끓여 피클 주스를 만들어 주되 식초만은 피클 물이 한 번 끓어 오른 후에 넣고 다시 한번 끓어 오르도록 한다.
피클 주스가 뜨거울 때 손질해 둔 야채에 부어 준다.
잠시 두어 숨이 죽으면 표면에 있는 야채들까지 주스에 잠기도록 눌러 주고 실온에서 1-2일 익혔다가 냉장 보관한다.
더 맛있는 제안!
*실온에서 익힌 피클은 냉장 보관하여 1주일-10일 이내로 먹어야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.
*피클에 들어 가는 야채들은 다른 채소들로 응용 하여도 좋아요.
*처음엔 피클 주스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금방 야채의 숨이 죽고 모든 야채들이 잠기게 될 거예요.
*저는 매콤한 맛이 좋아서 할라피뇨나 매운 고추를 꼭 넣는데 매운 게 싫다면 고추를 빼고 새콤 달콤하게 즐기세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