스팸 김치 찌개
나는 밤새 푹 자는 일이 세상 어떤 것보다 어려운 사람이다. 평균 두시간이면 한 번씩 깨는 통에 일어나 딸랭이가 잠든 방을 들여다 보고 물도 마시러 부엌에 내려 갔다 오고 하는게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. 대학을 가며 딸랭이가 기숙사로 떠난 후에도 몸에 익은 습관 때문에 2층의 텅 빈 방들을 둘러 보곤 하는데 너무 적막 해서 오히려 쉬이 다시 잠들지 못할 때가 많다. 그래서 한달이 멀다 하고 집으로 찾아 드는 딸랭이가 내심으로는 무척 반가운 나머지 네 다섯 시간이 족히 걸리는 왕복 거리를 운전해서 애기를 데리러 가는 일이 크게 불평 스럽지는 않다.
한달 남짓이면 긴 방학에 들어 가는데 딸랭이가 또 집에 오겠다고 한다. 이유는 제 방에서의 ‘굼벵이 놀이를 통한 휴식’과 스팸 김치찌개라고 한다.
12첩 반상을 차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 어렵겠는가. 마침 돼지 갈비 넣고 찜을 할까 싶어 사다 놓았던 묵은지 한 봉지를 열어 얼른 들기름에 달달 볶아 스팸 넣고 두부 넣고 끓여 주었더니 엄마의 현미 깡보리 밥은 제쳐 놓고 하얀 햇반 한 통을 뚝딱 하신다. 나는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녀석은 내 아이라 그런지 예쁘다. 오물 오물거리는 작은 입도 예쁘고 오목 조목 이목구비가 들어 있는 하얀 얼굴도 예쁘다. 그렇게 김치찌개 한 냄비를 앞에 두고 오랜만의 그리운 한식이라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뜨끈한 김치찌개에서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것이 저 것이 사랑인가 싶다.
재료(1 인분)
김치 작은 한 포기, 들기름 2 큰술, 설탕 2/3 큰술, 고추가루 1 큰술, 물 1.5 컵, 스팸 1/2 통, 두부 1/3 모, 파 적당량, 매운 고추 2개.
이렇게 만들게요~*